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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조직·인사

신바람 나는 조직 - 일을 업으로 만들기

김미영 이사

치과의사신문 + 덴탈위키 공동기획 2026 특별기획 「치과경영 A to Z」 동기부여 ①

진료 준비가 한창인 어느 치과

체어는 반듯이 정리되어 있고, 소독실에서는 기구 정리 소리가 분주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공간이 무겁다. 누구도 크게 말하지 않는다. 눈은 바쁘게 움직이지만, 표정에는 생기가 없다. 그날, 한 스태프가 조용히 말했다.

“여기선… 그냥 하루를 버텨요.”

그 말은 내 기억에 오래 남았다.

그 치과는 매출도 나쁘지 않았고, 환자 수도 안정적이었다. 원장은 성실했고, 실장은 책임감이 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이 삶이 되지 못하는 조직’이었다. 사람들은 “빨리 퇴근하고 싶다.”를 하루에 몇 번씩 떠올리며, 시간을 견디듯 흘려보내고 있었다. 우리는 흔히 “일은 힘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문제는 힘듦 그 자체가 아니“다. 문제는 그 힘듦이 ‘의미’로 전환되지 못할 때다. 우리는 신이 나서 일을 할 땐, 힘든 줄도 모르고 즐겁게 일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조직이 신바람을 잃는 순간은, 일이 단순한 ‘노동’으로만 남을 때 시작된다. 업(業)이 되지 못한 일은, 에너지를 빨아들이기만 하고 돌려주지 않는다.

“왜 이 일을 하고 있나요?”

컨설팅 현장에서 가장 자주 던지는 질문이다. 원장님께도, 실장에게도, 스태프에게도 동일하게 묻는다. 놀랍게도 많은 사람이 이 질문 앞에서 잠시 멈춘다.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

“전공이 이거라서요.”

“그냥… 여기까지 와서요.”

틀린 답은 아니다. 그러나 그 답으로는 하루를 ‘살아내기’는 가능해도, ‘살아가기’는 어렵다. 컨설팅 중인 치과에서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신입 스태프가 환자에게 설명하다 실수를 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선배가 말한다.

“그거 그렇게 말하면 안 돼. 그냥 내가 할게.”

그날 이후, 그 신입은 점점 말을 아끼기 시작했다.

“괜히 나섰다가 혼나느니, 시키는 것만 하자.”

그의 일은 빠르게 ‘업무’가 되었고, 더 이상 ‘역할’이 아니었다. 반면, 다른 치과에서는 비슷한 상황에서 실장이 직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방금 설명, 환자분이 이해하기엔 조금 어려웠을 것 같아. 다음에는 이 문장만 이렇게 바꿔보면 더 좋을 것 같아. 같이 해볼까?”

그 스태프는 그날, ‘배운 하루’를 집으로 가져갔다. 그의 일은 ‘노동’이 아니라 ‘성장’이 되었다. 신바람은 거창한 이벤트에서 나오지 않는다. ‘나는 여기서 성장하고 있다.’는 감각에서 시작된다.

일을 ‘업’으로 만드는 조직의 공통점

신바람 나는 조직에는 몇 가지 공통된 장면이 있다.

  1. 역할이 명확하다.

“그냥 도와줘”가 아니라,

“오늘 당신의 미션은 ‘첫 내원 환자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입니다.”

  1. 피드백이 있다.

잘했을 때, 반드시 말해준다.

“방금 그 멘트, 환자 표정이 확 풀렸어요. 정말 좋았습니다.”

  1. 이유를 공유한다.

“이걸 왜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원장님이 시켜서”가 아니라

“이 과정이 환자의 불안을 30% 줄여주기 때문입니다”라고 답한다.

  1. 성장의 기록이 남는다.

월말 미팅에서 묻는다.

“이번 달, 당신이 가장 잘한 한 가지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것을 적는다. 기억된다. 축적된다.

이 네 가지가 모이면, 일은 더 이상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해내고 싶은 것’으로 변한다.

오늘부터 할 수 있는 작은 액션

조직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거대한 시스템부터 만들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작은 장면 하나가 문화를 만든다.

  • 내일 아침 회의에서 이렇게 시작해 보자.

“이번 주, 우리가 환자에게 꼭 남기고 싶은 인상은 무엇일까요?”

  • 하루에 한 번, 스태프 한 명에게 이렇게 말해보자.

“오늘 당신이 가장 잘한 장면이 있었어요.”

  • 업무 지시를 이렇게 바꿔보자.

“이거 해 주세요” 대신

“이 일을 통해 환자가 어떤 기분을 느끼면 좋을까요?”

  • 실장 회의 노트 맨 위에 한 줄을 추가하자.

‘이번 주, 우리 팀이 성장한 한 가지’

이 질문들이 쌓이면, 조직은 서서히 변한다.

사람들은 ‘시간을 쓰는 곳’이 아니라, ‘자신을 쓰는 곳’으로 병원을 인식하기 시작한다.

신바람은 분위기가 아니다. 문화이고, 구조이며, 철학이다. 일을 업으로 만드는 조직은 사람에게 “여기서 나는 소모된다”가 아니라 “여기서 나는 커진다”라고 말하게 만든다. 치과는 단순히 치료를 제공하는 공간이 아니다. 사람이 사람을 회복시키는 현장이다. 그 현장에서 일하는 우리가 지쳐 있다면, 환자에게 전달되는 경험 역시 생기를 잃는다. 오늘, 한 사람의 표정을 바꾸는 말 한마디가 내일, 병원의 문화를 바꾼다. 그리고 그 변화는 “여기서 일한다”는 말을 “여기서 성장한다”로 바꾸는 힘이 된다.

그때, 조직은 비로소 신바람을 갖는다. 일이 업이 되는 순간이다.

치과의사신문 '치과경영 A to Z'에 연재된 글입니다. 원문 보기

이 고민, 우리 병원 이야기인가요?

글에서 다룬 문제는 팀핏에서 병원에 맞게 함께 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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