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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조직·인사

문제는 직원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김미영 이사

치과의사신문 + 덴탈위키 공동기획 「선택받는 병원의 환자관리」 ④

오전 10시.

데스크 전화가 동시에 울린다. 예약 변경 문의가 들어오고, 수납 대기 환자는 밀려 있고, 상담 환자는 기다리고 있다. 그 와중에 한 환자가 말한다.

“아니, 분명 지난번에는 이렇게 말씀 안 하셨잖아요.”

순간 데스크 분위기가 달라진다. 아까까지 웃으며 응대하던 직원의 표정이 굳고, 뒤에 있던 직원들은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병원 안에서는 익숙한 말이 나온다.

“저 직원이 응대를 잘 못해서 그래.”

“조금만 더 친절했으면 괜찮았을 텐데…”

정말 그럴까? 많은 병원은 문제가 생기면 사람부터 본다. 상담 결과가 흔들려도 직원 문제, 컴플레인이 반복돼도 직원 문제, 환자 만족도가 떨어져도 직원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병원은 계속 사람을 바꾸려고 한다. 더 친절한 직원, 더 센스 있는 직원, 상담 잘하는 직원을 찾는다. 그리고 교육을 반복한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 생긴다. 분명 좋은 직원이 들어왔는데 시간이 지나면 비슷해진다. 처음에는 밝고 적극적이던 직원도 점점 표정이 무뎌지고, 처음에는 환자 이야기를 길게 듣던 직원도 점점 응대가 짧아진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여기서 병원이 놓치는 중요한 개념이 있다.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생각보다 훨씬 많이 받는다는 점이다.

행동경제학자 다니엘 카너먼은 인간의 사고를 두 가지 방식으로 설명했다.

하나는 빠르고 자동적인 사고, 다른 하나는 느리고 의식적인 사고다. 문제는 사람이 피곤하고 바빠질수록 의식적인 판단보다 자동 반응에 의존하게 된다는 점이다. 즉, 직원은 바쁜 상황이 반복될수록 교육받은 방식보다 익숙한 방식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교육 직후에는 달라진다. 웃으며 응대하고, 환자 이야기를 더 들으려고 하고, 설명도 세심하게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업무 압박이 커지기 시작하면 사람은 다시 원래 패턴으로 돌아간다.

이건 의지 부족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뇌가 원래 그렇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인지 부하(Cognitive Load)’와도 연결해서 설명한다. 사람은 동시에 너무 많은 판단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사고의 질이 급격히 떨어진다.

병원은 대표적인 인지 부하 환경이다. 전화는 계속 울리고, 환자 감정은 계속 바뀌고, 시간 압박은 심하고, 실수하면 컴플레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상황에서 직원이 매 순간 완벽하게 친절하고, 항상 일정한 상담을 하고, 늘 감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길 기대하는 건 생각보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많은 병원은 이걸 개인 역량 문제로만 본다.

“왜 저 직원은 들쑥날쑥하지?”

“왜 상담 결과 차이가 나지?”

“왜 컴플레인이 반복되지?”

하지만 실제 문제는 사람보다 구조에 있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

예를 들어보자. 어떤 병원은 원장이 기분이 좋으면 분위기가 부드럽고, 바쁘거나 예민한 날에는 병원 전체 긴장감이 달라진다. 직원들도 그 분위기를 따라간다. 또 어떤 병원은 특정 직원이 쉬는 날이면 상담 흐름이 갑자기 흔들린다. 환자 응대 톤도 달라지고, 병원 분위기 자체가 불안정해진다. 이건 단순히 그 직원이 뛰어나서만은 아니다. 병원이 사람 의존형 구조라는 뜻에 가깝다.

조직 심리학에서는 기준이 불명확한 조직일수록 구성원의 불안과 피로도가 높아진다고 본다. 왜냐하면 사람은 매번 상황을 눈치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어디까지 맞춰야 하는지, 이번 환자에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원장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준이 없으면 직원은 계속 긴장 상태로 일하게 된다.

그리고 긴장이 반복되면 사람은 점점 방어적으로 변한다. 설명은 짧아지고, 표정은 굳고, 환자 이야기를 듣기보다 빨리 끝내려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처음에는 사람이 변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은 구조가 사람을 그렇게 만든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잘되는 병원은 처음부터 사람에게만 기대지 않는다. 대신 시스템을 만든다. 여기서 말하는 시스템은 단순한 매뉴얼이 아니다. 병원의 방향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구조다. 누가 상담하더라도 환자가 느끼는 안정감은 비슷하고, 누가 응대하더라도 병원의 흐름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이런 병원은 직원 개인 능력보다 병원의 기준이 더 강하게 작동한다. 그래서 결과가 안정적이다. 특정 직원 한 명이 흔들린다고 해서 병원 전체가 흔들리지 않는다.

반대로 시스템이 없는 병원은 결국 감각으로 버티게 된다. 누군가는 잘하고, 누군가는 흔들리고, 결과는 계속 달라진다. 이 상태에서는 직원도 지치고, 환자 경험도 불안정해진다.

많은 원장들이 “좋은 직원을 구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 말도 맞다. 하지만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좋은 직원이 오래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구조가 있는가?”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 피곤할 수도 있고, 감정이 흔들릴 수도 있고, 실수할 수도 있다.

그래서 시스템이 필요하다.

‘사람의 컨디션이 아니라 병원의 방향이 결과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게 시스템의 역할이다. 결국 잘되는 병원은 직원이 병원을 끌고 가는 구조가 아니다. 시스템 안에서 직원이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구조다.

이제 병원은 질문을 바꿔야 한다.

“직원을 어떻게 더 열심히 하게 만들까?”가 아니라 “사람이 흔들려도 결과가 흔들리지 않는 구조가 있는가?”를 먼저 봐야 한다. 문제는 직원이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지금 병원이 가장 먼저 바꿔야 하는 건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인지도 모른다.

다음 글에서는 환자 관리의 핵심인 ‘전환’을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왜 어떤 병원은 환자가 자연스럽게 결정으로 이어지고, 왜 어떤 병원은 설명은 많이 하는데 결과로 연결되지 않는지.

아마 다음 글부터는 상담을 단순한 설명 기술이 아니라 ‘전환 설계’의 관점으로 보게 될지도 모른다.

치과의사신문 '치과경영 A to Z'에 연재된 글입니다. 원문 보기

이 고민, 우리 병원 이야기인가요?

글에서 다룬 문제는 팀핏에서 병원에 맞게 함께 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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