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 · 경영

변한 것은 환자였다

이정아 컨설턴트

치과의사신문 + 덴탈위키 공동기획 「치과경영 기획연재」 환자는 변했다. 치과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①

같은 곳을 가리키는 두 장면

최근 서로 다른 듯 닮아 있는 기사를 자주 접한다.

한쪽에는 새벽부터 소아청소년과 앞에 줄을 선 부모들의 이야기가 실리고, 다른 지면에는 국회에 제출된 전국 교육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신입생이 한 명도 없는 초등학교가 전국 200곳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남도교육청 집계에 따르면 창원과 김해 같은 도시에서도 신입생을 받지 못한 학교가 나왔다.

하나는 의료의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교육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러나 필자는 이 두 기사를 따로 읽지 못한다. 아이는 줄어드는데 소아 진료를 받기는 더 어려워지고, 교실은 비어 가는데 특정 병원 앞의 줄은 길어진다. 서로 다른 두 장면이 결국 같은 곳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회문제를 이름으로 나누는 데 익숙하다.

저출생은 출산의 문제로, 고령화는 복지의 문제로, 외국인 주민의 증가는 이주의 문제로 분류한다. 정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필요한 구분이다. 그러나 현장은 항목별로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이 바뀌면 학교가 달라지고, 지역과 산업이 달라진다. 의료 역시 그 흐름을 비켜갈 수 없다.

우리는 종종 결과를 원인으로 착각한다.

소아과 앞의 줄이 길어지면 의사가 부족하다고 말하고, 학교가 문을 닫으면 학생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틀린 설명은 아니다. 다만 눈앞에 나타난 현상을 설명할 뿐, 왜 그러한 현상이 동시에 벌어지는지 답해 주지는 못한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에서 소아청소년과는 59곳이 새로 문을 연 반면 89곳이 폐업해, 개업 대비 폐업률이 전체 진료과목 가운데 가장 높았다. 단순히 아이가 줄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수치다.

치과도 다르지 않다. 경영이 어렵다,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 경쟁이 심해졌다는 말이 요즘 치과계에서 끊이지 않는다. 모두 현실이다. 그러나 그것들 역시 결과라면,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변화는 통계보다 먼저 진료실에 도착한다

숫자는 이미 변화의 방향을 가리킨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20.3%로,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우리나라는 이미 초고령사회에 들어섰으며, 그 비율은 2036년이면 30%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은 시·도는 벌써 아홉 곳에 이른다.

행정안전부 통계에서도 외국인 주민은 258만 3,626명, 총인구 대비 비중이 처음으로 5%를 넘어섰다. 서로 다른 보고서에 담긴 숫자지만, 현장에서는 결국 하나의 변화로 만난다.

그 변화를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곳 중 하나가 치과이며, 이유는 진료 구조 자체에 있다. 생애 전 주기의 환자를 만나는 몇 안 되는 의료기관이기 때문이다. 유치가 나는 아이부터 보철과 임플란트를 관리하는 노년까지, 한 사람의 일생이 진료기록 안에서 이어진다.

대부분의 치과가 지역에 뿌리내린 일차의료기관이라는 점도 한몫한다. 동네의 인구 구성이 곧 대기실의 환자 구성인 셈이다. 치료 역시 한 번의 처치로 끝나는 경우가 드물어, 여러 차례 내원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언어와 생활환경, 보호자의 여건까지 자연스럽게 진료 안으로 들어온다. 사람은 학교를 졸업하면 학교를 떠나지만, 치과를 졸업하는 사람은 없다.

안과나 정형외과처럼 특정 질환이 생겼을 때 주로 찾는 진료과와 달리, 치과는 질환이 없어도 정기적으로 얼굴을 마주하는 몇 안 되는 진료과다.

그만큼 환자 구성의 변화가 병원 운영 전반에 더 빠르고 폭넓게 스며든다.

통계가 이미 지나간 변화를 기록한다면, 환자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변화를 보여준다. 진료실을 오래 지킨 사람이라면 예전과 달라진 장면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것이다. 문진표는 더 복잡해졌다. 복용 중인 약을 확인하는 일은 치료의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다. 설명을 마친 뒤에도 환자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한 번 더 확인해야 하는 순간이 늘었다. 지역에 따라서는 대기실에서 들리는 언어도 달라졌다. 보행보조기를 이용해 내원하거나 보호자와 함께 치료계획을 상의하는 환자도 이제 낯설지 않다. 이 장면들은 결국 하나의 변화가 서로 다른 얼굴로 우리 앞에 나타난 결과다.

진료의 대상이 바뀌고 있다

치과계는 변화에 민감한 분야다. 새로운 재료가 나오면 사용해 보고, 새로운 진료법이 등장하면 익혔다. 새로운 장비가 나오면 도입했고, 보험제도가 바뀌면 진료체계를 손봤다. 감염관리 기준이 강화되었을 때도 가장 먼저 대응해 왔다. 그 과정에서 우리 의료의 수준은 분명히 높아졌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변화는 그동안 익숙하게 넘어온 변화들과 결이 다르다. 기술은 진료의 방법을 바꾼다. 인구구조는 진료의 대상을 바꾼다. 방법의 변화는 사용해 보고, 배우고, 도입하면 어느 정도 따라갈 수 있다. 그러나 대상의 변화는 진료가 성립하는 전제 자체를 다시 묻게 한다. 그 전제를 이 글에서는 ‘평균적인 환자’라고 부르려 한다.

‘평균적인 환자’란 진료체계가 오랫동안 별다른 조정 없이 대응할 수 있다고 전제해 온 표준적인 환자상을 뜻한다. 한국어로 설명하면 이해하고, 치료 후 주의사항을 비슷한 방식으로 받아들이며, 예약과 재내원의 과정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으리라는 전제다.

과거에는 생활환경과 의료 이용 경험이 비교적 비슷한 환자가 많았기 때문에 이러한 전제 위에서 진료체계를 설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환자의 연령도, 건강 상태도, 의료를 이해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이 변화는 사실 오래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다만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풍경이어서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을 뿐이다.

‘평균적인 환자’라는 전제의 흔들림은 치과가 선택한 결과가 아니다. 인구구조 자체가 만들어 내는 결과이기도 하다. 매년 태어나는 아이의 수가 줄어들면 소아 환자의 비중도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반대로 고령 인구가 늘어나면 고령 환자의 비중은 그만큼 증가한다.

진료실이 특별히 무언가를 바꾸지 않아도 대기실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평균 연령은 인구구조를 따라 자동으로 올라간다. ‘평균적인 환자’는 병원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병원이 속한 지역의 인구가 정한다.

예전에는 이 정도의 말로도 충분했다.

“설명 다 드렸으니 이해하셨겠죠?”

그러나 요즘은 다르다.

“방금 말씀드린 부분을 한 번 더 확인해 드릴게요.”

진료실에서 나오는 말이 달라졌다는 것은 그 말을 듣는 사람이 달라졌다는 뜻이다. 그러니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무엇이 새로 나왔는가를 묻기 전에 우리 진료실을 찾는 환자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치과는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찾아오는 곳이고, 사회의 변화는 그 사람의 모습을 하고 진료실에 도착한다.

먼저 변한 지역은 내일을 먼저 산다

“우리 지역에는 아직 그런 변화가 없다”는 반론을 자주 듣는다. 그럴 수 있다. 그렇지만 여러 지역의 치과 현장을 지켜보며 확인한 공통점이 하나 있다.

지역마다 변화의 속도는 달랐지만, 그 방향은 같았다는 것이다.

고령화가 먼저 깊어진 지역이 있었고, 산업의 변화와 함께 새로운 주민 구성이 먼저 자리 잡은 지역도 있었다. 반대로 학령인구와 생산가능인구가 먼저 감소한 지역도 있었다. 그 지역들은 대한민국이 앞으로 마주할 시간을 조금 먼저 살고 있을 뿐이다.

유행은 대도시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퍼지지만, 인구구조의 변화는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지역마다 서로 다른 모습으로 먼저 나타난 뒤, 결국 우리 모두의 일상이 된다. 학령인구 감소가 이제 대도시의 학교에서도 확인되듯 서울과 수도권 역시 예외가 아니다. 실제로 2026학년도에는 서울에서도 사상 처음으로 신입생이 한 명도 없는 초등학교가 나왔다. 먼저 변한 지역을 특수한 사례로 치부하는 순간, 우리는 정작 중요한 신호를 놓치게 된다.

전체 인구라는 하나의 숫자로만 보면 이 변화는 단순한 감소로 읽힌다. 그러나 진료 현장에서는 수요의 소멸이 아니라 수요의 이동과 재편으로 나타난다.

인구가 빠져나간 지역에서는 환자 수가 줄기 전에 의료 접근성이 먼저 무너질 수 있다. 반대로 인구가 유입되는 산업도시에서는 기존 진료체계가 예상하지 못한 수요가 짧은 시간 안에 만들어진다. 따라서 치과계가 읽어야 할 것은 인구의 많고 적음만이 아니다. 그 인구가 어떤 조건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의료를 이용하는지를 함께 읽어야 한다.

진료가 성립하는 조건을 다시 묻다

환자의 연령이나 국적이 달라졌다는 사실 자체가 핵심은 아니다. 변화한 환자의 특성과 기존 진료체계가 당연하게 여겨 온 전제가 어긋나는 순간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평균적인 환자’라는 전제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진료의 안전과 설명의 정확성, 치료의 지속성이 모두 그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접수대에서 던지는 질문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왜 재예약을 하지 않으시지?”라고 물었다면, 이제는 환자의 재내원을 어렵게 만드는 사정이 무엇인지부터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늘었다.

설명했지만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면 치료 동의의 과정이 온전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복용약이나 전신질환에 관한 정보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았다면 안전한 진료를 장담하기도 어렵다. 환자가 치료계획을 이해했더라도 생활 여건 때문에 재내원이 어렵다면 치료의 지속성 역시 다시 점검해야 한다.

환자를 읽는다는 것은 환자의 취향을 맞추거나 서비스를 무조건 늘리자는 뜻이 아니다. 진료가 제대로 성립하기 위한 조건을 다시 확인하자는 뜻이다.

이 문제는 진료의 편의를 넘어 동의의 유효성과도 맞닿아 있다. 설명의무는 환자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필요한 정보를 전달했을 때 비로소 온전히 이행됐다고 볼 수 있다. 환자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설명 뒤에 받은 서명은 절차상의 동의일 뿐, 실질적인 동의라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평균적인 환자를 전제로 설계된 설명 방식이 흔들리면 치료 자체가 아니라, 치료에 대한 동의의 기초부터 흔들리게 된다. 그렇다고 모든 치과가 같은 답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의 인구와 산업, 연령 구성이 다르면 필요한 준비도 달라져야 한다. 중요한 것은 유행하는 경영 기법을 따라가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진료실에서 이미 시작된 변화를 정확히 읽는 일이다. 어떤 통계보다 먼저, 우리 진료실의 접수대가 그 변화를 알고 있다.

환자를 알아야 답이 보인다

치과계가 겪는 어려움을 경기 침체나 경쟁 심화만으로 설명하면 해법도 그 범위를 벗어나기 어렵다.

광고를 늘리거나 비용 구조를 조정하고 새로운 경영 기법을 도입하는 선택은 언제든 가능하고, 필요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한지는 다른 문제다. 그것은 결과를 다루는 일이지, 원인을 읽는 일이 아니다.

매출은 결과다. 환자는 원인이다.

결과를 쫓는 병원과 환자를 원인으로 보는 병원은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질문을 한다. 예약이 비면 전자는 “광고를 더 늘려야 하나”를 먼저 묻고, 후자는 “요즘 우리 동네 환자층이 왜 바뀌었나”를 먼저 묻는다. 질문이 다르면 준비도 달라진다.

환자를 원인으로 본다는 것은 경영 기법 하나를 더 배우는 문제가 아니다. 환자가 달라지면 진료가 달라지고, 진료가 달라지면 조직과 경영도 따라서 달라진다.

이 순서를 거꾸로 이해하면 늘 결과를 쫓게 된다. 반대로 순서를 바로 세우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가 보인다. 그래서 필자는 인구구조의 변화를 치과계가 참고하면 좋은 하나의 사회현상이 아니라, 앞으로 진료와 경영, 교육을 함께 바꾸게 될 가장 중요한 환경의 변화라고 판단한다.

고령 환자의 증가와 학령인구의 감소, 외국인 주민의 정착은 서로 다른 세 가지 주제처럼 보인다. 그러나 치과계의 관점에서 보면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앞으로 우리는 누구를 환자로 만나게 될 것인가.

이 문제는 개별 치과의 대응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학술과 임상, 경영과 교육, 직역과 지역을 나누어 바라보던 오랜 관성에서 잠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제는 환자 구성의 변화를 치과계 전체가 함께 논의해야 할 공통의 의제로 올려놓아야 한다.

결국 첫 질문은 단순하다.

“지금 우리 진료실을 찾는 환자는 예전의 환자와 같은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미래를 준비할 수는 없다.

이번 글은 그 질문의 출발점에 관한 이야기였다.

앞으로 세 차례에 걸쳐 변화한 환자와 의료기관의 관계는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환자의 이해와 설명이라는 문제가 왜 더욱 중요해지는지, 그리고 치과계는 어떤 기준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지를 차례로 살펴보려 한다.

특히 다음 글에서는 ‘정착형 환자’의 등장을 다룬다. 정착형 환자란 일회성 처치로 관계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생활 기반을 두고 의료기관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환자를 뜻한다. 일회성 만남이 지속적인 진료관계로 바뀔 때 치과에는 무엇이 새롭게 요구되는가. 다음 글은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하려 한다.

그 논의에 앞서 이번 글의 결론을 한 문장으로 다시 적어 둔다.

변한 것은 환자였다.

치과의사신문 '치과 비즈니스 리뷰'에 연재된 글입니다. 원문 보기

이 고민, 우리 병원 이야기인가요?

글에서 다룬 문제는 경영 컨설팅에서 병원에 맞게 함께 풉니다.

전화 문의 카톡 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