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통보는 갑자기 오지 않는다
“원장님, 잠깐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진료가 끝난 저녁, 오래 함께한 직원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냅니다. 그만두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원장은 당황합니다. 지난달까지도 별말이 없었고, 일은 늘 무난하게 해왔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왜?”라는 질문이 먼저 나옵니다.
그런데 직원에게 이 결정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몇 달 전부터 마음속에서 조금씩 자라온 생각이 이제야 말이 된 것입니다. 치과 경영을 돕는 일을 하다 보면 이런 장면을 자주 만납니다. 퇴사는 통보 날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묻지 않던 시간 동안 이미 진행되고 있었던 경우가 많습니다.
치과 현장에서 이 일이 더 무겁게 다가오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치과의료정책연구원의 이슈리포트에 따르면, 치과의사 1인당 이상적인 치과보조인력은 3.4명인데 현재는 1명 수준이고, 약 2만 5천 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출산율 저하와 졸업생 감소로 인력 공급이 줄어드는 흐름까지 겹쳐 있어서, 한 사람이 떠난 자리를 채우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원장님이 구인난을 **‘뽑는 문제’**로 이해합니다. 공고를 올리고, 급여를 조정하고, 복지를 더하는 일에 에너지를 씁니다. 필요한 노력입니다. 다만 한 가지를 함께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치과는 사람을 뽑는 데 쓰는 에너지만큼, 남기는 데 쓰고 있을까요?
채용에 쓰는 만큼, 입사 후에도 쓰고 있을까요?
새 직원이 들어오면 비용이 발생합니다. 공고 비용, 면접에 쓴 시간, 교육을 맡은 선배 직원의 업무 부담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그 직원이 3개월, 6개월 만에 떠나면 이 비용은 고스란히 사라집니다. 더 큰 손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습니다. 환자는 익숙해진 얼굴이 바뀔 때마다 치과에 대한 신뢰를 처음부터 다시 쌓아야 하고, 남은 직원들은 빈자리를 메우느라 지쳐갑니다.
그렇다면 직원은 왜 떠날까요. 급여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요즘 치과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자신의 권리와 성장에 대해 분명한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연차를 어떻게 쓰는지, 추가 근무가 어떻게 보상되는지, 이 일이 나에게 어떤 경력이 되는지를 스스로 따져봅니다. 이것을 예민하다고 보기보다는, 달라진 전제로 받아들이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그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느끼는 순간, 직원은 이야기하기보다 조용히 다른 선택지를 알아보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면담이 중요해집니다. 그런데 현장의 면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크게 세 가지 중 하나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첫째는 문제가 터진 뒤에 하는 사후 면담입니다. 실수가 있었거나 갈등이 생긴 뒤에야 자리를 마련하니, 면담이라는 말 자체가 ‘혼나는 시간’으로 기억됩니다. 둘째는 연봉 협상을 위한 면담입니다. 1년에 한 번, 숫자를 두고 오가는 이야기에 마음의 문제가 끼어들 틈은 많지 않습니다.
셋째는 지시와 훈계 중심의 일방 면담입니다. 원장은 필요한 말을 다 했다고 생각하지만, 직원은 한 마디도 하지 못한 채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세 경우 모두 면담은 있었지만 대화는 없었습니다. 직원이 말하지 않는 것은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말해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느꼈기 때문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번 그렇게 느낀 직원은 같은 질문을 받아도 같은 대답을 하지 않습니다. “괜찮습니다”라는 말이 돌아올 뿐입니다.
면담은 관계를 점검하는 자리
면담을 바꾸려면 면담에 대한 생각부터 바꿔야 합니다. 면담은 직원을 평가하고 바로잡는 시간이 아니라, 우리 사이의 관계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함께 확인하는 시간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코칭에서 말하는 대화의 기본 태도와 다르지 않습니다. 답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상대가 스스로 말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이 관점에서 면담을 설계할 때 네 가지를 권합니다.
첫째, 정기적으로 합니다. 문제가 생긴 뒤가 아니라, 정해진 시점에 합니다. 월 1회든 분기별이든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주기가 아니라 예측 가능성입니다. 평소에 이야기하는 자리가 있어야 직원이 어려운 이야기도 꺼낼 수 있습니다.
둘째, 질문을 바꿉니다. “불만 없어요?”라는 질문에는 “없습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대신 “요즘 일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하나만 바꿀 수 있다면 무엇을 바꾸고 싶나요?”처럼 묻습니다. 닫힌 질문이 열린 질문으로 바뀌면, 대답의 길이와 깊이가 달라집니다.
셋째, 듣고 기록합니다. 말을 끊지 않고, 들은 내용을 “그러니까 이런 말씀이시죠?” 하고 정리해서 되돌려줍니다. (직원의 이야기를 귀담고 있다는 표현) 그리고 면담 후에는 핵심을 짧게라도 적어 둡니다. 다음 면담에서 “지난번에 이런 이야기를 하셨는데, 어떻게 되셨어요?”라고 물을 수 있어야 대화가 이어집니다.
넷째, 후속 약속을 지킵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직원이 한 이야기 중 적어도 한 가지는 실제로 달라지게 합니다. 당장 어려운 일이라면 왜 어려운지 설명합니다. 직원은 모든 요구가 받아들여지기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자기 이야기가 어딘가에 닿았다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신뢰는 거기서 쌓이고, 다음 면담에서 하는 말이 달라집니다.
면담의 시기도 달리 잡을 수 있습니다. 입사 후 30일과 90일에는 적응과 어려움을 확인하는 면담을, 재직 중에는 성장과 역할, 관계를 살피는 면담을, 퇴사할 때에는 우리 치과가 고쳐야 할 점을 배우는 면담을 합니다. 특히 입사 초기의 면담은 이후 재직 기간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든 면담을 원장이 직접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일상적인 면담은 실장이 맡고, 원장은 방향을 이야기하고 인정과 격려를 전하는 자리를 맡는 구조가 현실적입니다. 다만 이 경우 실장에게 면담하는 방법을 먼저 알려주어야 합니다. 질문하는 법과 듣는 법을 배우지 않은 채 면담을 맡으면, 지시와 훈계 중심의 면담이 한 번 더 반복될 뿐입니다.
물론 이미 퇴사를 이야기할 정도라면 마음이 한참 전에 돌아선 뒤일 수 있습니다. 내부에서 소통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치과에서는 직원들이 입을 닫고, 마음도 닫은 채 근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는 원장이나 실장이 아무리 질문을 바꿔도 같은 대답이 돌아옵니다. 이야기해 봐야 달라지지 않는다는 경험이 이미 쌓여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내부 사람보다 외부 사람이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직원들 마음 한편에는 치과에 대한 불신이 있으면서도, 누군가 객관적인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신에게 조언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함께 있는 편입니다. 컨설턴트는 이해관계의 바깥에 있기 때문에 내부에서는 꺼내지 못하던 이야기가 비교적 편하게 나옵니다.
돌아선 직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앞에서 말씀드린 면담 체계를 대부분 도입하고 적용시켰습니다. 시간이 걸렸지만 면담이 쌓이면서 핵심 직원의 수가 조금씩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그 직원들이 다시 후배 스탭들을 관리하기 시작하면서 인력 구조가 안정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면담이 한 사람의 마음을 돌리는 데서 끝나지 않고, 사람이 사람을 이끄는 구조로 이어진 것입니다.
인력 구조가 안정되면 매출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그래서 저는 컨설팅을 하면서 매출을 장담하지 않습니다. 매출은 목표로 쫓을 대상이라기보다 사람과 구조가 제자리를 찾았을 때 당연한 결과로 남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직원이 머물 이유를 만드는 일
구인난은 하루아침에 해결되지 않습니다. 인력 공급의 구조는 개별 치과가 바꿀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 치과 안에서 오가는 대화는 오늘부터 바꿀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대화의 질이 직원이 머물지 떠날지를 결정하는 데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합니다.
거창한 제도를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이번 주에 시작할 수 있는 세 가지를 제안드립니다.
- 이번 달 안에 직원 한 사람 한 사람과 15분씩 이야기를 나눠 보십시오. 평가나 지시가 아니라,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듣는 시간으로 비워 두는 것입니다.
- 질문 세 가지를 미리 정해 두십시오. 보람 있었던 순간, 어려웠던 점, 바꾸고 싶은 한 가지 정도면 충분합니다.
- 들은 이야기 중 하나는 반드시 실행하고, 그 결과를 직원에게 알려 주십시오. 작은 일이어도 괜찮습니다. 말한 것이 반영되었다는 경험이 다음 대화를 열어 줍니다.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습니다. 직원도 선뜻 이야기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지금까지 그런 대화가 많지 않았다는 뜻일 뿐, 이야기할 것이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두세 번 이어지면 대화의 결이 달라지는 것을 느끼실 것입니다.
사람을 채우는 일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만큼 중요한 것은 이미 우리 곁에 있는 사람이 이곳에 머물 이유를 만들어 가는 일입니다. 퇴사 통보를 받고 나서야 묻기에는 너무 늦은 질문을, 오늘 먼저 건네 보시기 바랍니다.
치과의사신문 '치과 비즈니스 리뷰'에 연재된 글입니다.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