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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조직·인사

치과 실장, 그 이름에 담긴 소명(召命)

김소언 대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병원을 살리는 사람들 이야기

“대표님, 저 그냥 그만둘까요?”

어느 날 오후, 한 수강생에게 문자가 왔다. 경력 9년 차 치과 실장이었다. 원장과의 갈등, 직원들 사이의 갈등, 그리고 ‘내가 이걸 왜 하나’라는 회의감이 쌓여 버텨온 시간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잠시 멈췄다. 그리고 답장을 보냈다.

“지금 당장 그만두지 말고, 딱 한 가지만 물어볼게요. 당신이 그 병원에서 처음 만든 시스템이 지금도 돌아가고 있나요?”

잠시 후 답이 왔다. “네. 제가 만든 미수금 관리 파일이랑 신입 교육 일정표는 아직도 쓰고 있어요.”

“그럼 됐어요. 당신은 이미 그 병원에 흔적을 남긴 거예요. 그게 실장이에요.”

‘관리자’가 아닌 ‘경영 파트너’로

오랫동안 치과 실장은 ‘상담만 잘하면 된다. 매출을 올리면 다 인정받는다’ 등 결과론적인 접근의 평가가 중요했다. 지난 8년 넘게 실장 전문 교육을 하면서 확신하게 됐다.

실장은 진짜 병원의 경영 파트너다.

원장이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병원 전체를 설계하고, 직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며, 환자가 다시 찾아오게 만드는 서비스 품질을 지킨다. 일일 결산과 급여 관리, VIP 환자 케어, 미수금 회수, 신입 직원 교육, 채용부터 노무까지. 이 모든 것을 실장 한 사람이 총괄한다. 작은 병원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왜 이 사람들은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과소평가하는 걸까.

원장과의 소통, 왜 이렇게 어려운가

실장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원장과의 관계다.

“말씀드리면 ‘알아서 해’라고 하시고, 내가 알아서 하면 ‘왜 마음대로 했냐’고 하세요.”

이 이야기, 수십 명의 실장에게 들었다. 원장은 ‘믿으니까 맡긴다’고 하지만, 실장 입장에서는 ‘기준이 없으니 무섭다’. 보고를 해도 시간이 없다고 하고, 안 하면 커뮤니케이션이 안 된다고 한다.

문제의 핵심은 구조의 부재다. 두 사람 사이에 공유된 언어와 보고 체계, 의사결정 기준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관계도 틀어진다. 그래서 나는 사관학교 과정에서 ‘원장과의 아침 미팅 10분’을 강조한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형식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 이것만으로도 많은 갈등이 사라진다.

사관학교 실전 케이스

3,000만 원의 미수금을 6개월 만에 되찾다

경력 15년 차 이 실장(가명)이 새 병원으로 이직했을 때, 그녀를 기다린 건 엑셀 파일 하나였다. 누군가 손댄 흔적도 없고, 체계도 없는 미수금 목록. 총액 3,200만 원이었다.

그녀는 사관학교에서 배운 대로 미수금을 기간별(3개월 이내 / 3~12개월 / 1년 이상), 금액별(30만 원 이하 / 이상)로 분류했다. 단순 미수 환자에게는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전화를 걸었고, 악성 미수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환자에게는 법무사와 협력해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매달 미수금 현황을 원장에게 보고하고, 연말에는 세무사에게 파일을 전송하는 루틴도 만들었다.

6개월 후, 회수된 금액은 2,240만 원(70%). 그녀가 만든 ‘미수금 관리 파일’은 지금도 그 병원에서 쓰이고 있다.

사관학교에서 배운 것: 시스템이 사람을 구한다

좋은실장 사관학교를 시작한 건 8년 전이다. 지금은 35기 수강생들과 함께하고 있다.

교육을 통해 내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하나다. “사람에 의존하지 말고, 시스템을 만들어라.”

실장 한 명이 없어지면 흔들리는 병원은 시스템이 없는 병원이다. 반대로, 실장이 바뀌어도 병원이 돌아가는 곳은 실장이 진짜 일을 한 병원이다. 업무 절차서, 보고 루틴, 직원 교육 체계, 고객 관리 매뉴얼. 이것들이 실장의 ‘작품’이다.

수강생들은 세무·노무 지식부터 DISC와 MBTI를 활용한 인재 관리, 체계적인 병원 문서관리, 상담시스템 세팅, 환자관리 체계화, 원내 갈등 해결, 상황별 리더십까지 배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을 배운다. 자신의 일이 소명임을 아는 것.

경력기술서로 남기는 나의 흔적

실장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당신의 일을 숫자로 기록하세요.” 감으로 일하던 것들을 데이터로 바꾸는 순간, 그게 곧 경력이 된다.

아래는 두 가지 경력기술서 예시다.

경력기술서 예시 ①

미수금 관리 시스템 구축

  • 담당 업무: 미수금 회수 전략 수립 및 단계별 관리 시스템 운영
  • 상황(Situation): 이직 병원 미수금 총 3,200만 원 방치 상태, 관리 체계 전무
  • 실행(Action): 기간별·금액별 분류 체계 설계 → 단계별 회수 전략 실행(전화 독촉, 내용증명, 지급명령 신청) → 세무사 연동 연말 보고 루틴 구축
  • 성과(Result): 6개월 내 미수금 70%(2,240만 원) 회수 달성 / 자체 제작 관리 파일 병원 정착 운영 중

경력기술서 예시 ②

신입 직원 교육 체계 수립

  • 담당 업무: 신입 직원 6개월 교육 프로그램 설계 및 운영
  • 상황(Situation): 체어 6대 규모 병원, 신입 이직률 연 60% 이상 / 표준화된 교육 자료 없음
  • 실행(Action): 신입교육 일정 연계 → 직무별 6개월 커리큘럼 설계 → 보철 심화·상담 교육 추가 → 멘토-멘티 매칭 제도 도입 → 월별 평가 피드백 면담 운영
  • 성과(Result): 1년 내 신입 이직률 60% → 25%로 감소 / 업무 매뉴얼 표준화로 후임 실장 인수인계 소요 시간 2주 → 3일로 단축

소명(召命)이 주는 힘

치과 실장은 화려하지 않다. 진료 현장 뒤에서, 직원들 뒤에서, 원장 뒤에서 일한다. 공을 나누는 자리도 아니고, 이름이 오르내리는 자리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 일을 계속하는 사람들이 있다. 매년 사관학교 문을 두드리는 수강생들을 보면, 나는 그 이유를 안다.

“병원이 잘 되는 게 보여서요. 제가 만든 시스템 덕분에 직원이 버텨주고, 환자가 다시 찾아오는 거잖아요.”

이것이 소명이다. 내가 없으면 안 돌아가는 곳이 아니라, 내가 만든 것이 남아서 돌아가는 곳. 단순한 ‘직업’을 넘어, 자신이 가진 것으로 주변을 살리는 일.

치과 실장들의 기여는 숫자로만 측정되지 않는다. 원장이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신입 직원이 울지 않고 적응할 수 있는 구조, 불만스럽던 환자가 단골이 되는 경험. 이 모든 것의 설계자가 실장이다.

그들이 자리를 지키는 한, 병원은 살아있다.

신간 안내

『실장 사관학교 1권 — 데스크편』

좋은실장 사관학교 8년간의 교육 철학과 현장 케이스를 담은 첫 번째 도서가 군자출판사를 통해 출간됩니다. 데스크 업무의 실전 노하우, 경력기술 전략, 원장과의 파트너십 구축법까지, 치과 실장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입니다.

이 책이 당신의 소명을 더 선명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치과의사신문 '치과경영 칼럼'에 연재된 글입니다. 원문 보기

이 고민, 우리 병원 이야기인가요?

글에서 다룬 문제는 팀핏에서 병원에 맞게 함께 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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